최근 검찰에 감경철 CTS 기독교TV 회장의 비리를 고발하는 탄원서가 접수되면서 감 회장의 각종 비리 의혹 사건이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까지 감 회장의 비리 의혹은 CTS개혁전국목회자협의회 등 교계단체들로 이뤄진 공동대책위를 통해 제기됐었다. 하지만 <일요신문>이 최근에 단독 입수한 문건은 창사 초기부터 CTS 내부사정에 정통한 내부 직원에 의해 작성된 탄원서로, 사실상 내부에서도 감 회장 비리에 대한 불만이 터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9월 16일 대검에 접수된 탄원서 문건에는 감 회장의 비리 의혹 10종 세트 중에서 핵심 비리 네 가지가 적시돼 있다. 여기에 <일요신문>은 감 회장의 CTS 신사옥 분양원가 횡령 의혹을 뒷받침하는 유명 회계법인의 감사 자료를 입수했다.

CTS 측과 공대위 간의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교계 내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가던 감 회장의 각종 비리 의혹은 내부고발자의 탄원서 및 회계법인의 감사자료가 공개되면서 새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누구보다 CTS의 내부사정에 정통한 핵심멤버가 공개하는 감 회장의 비리 의혹 실상을 살펴봤다.

<일요신문>은 지령 1005호를 통해 CTS 내부 기밀자료가 담긴 USB를 확보해 감 회장의 각종 비리 의혹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감 회장 측은 이 USB 외부유출건과 관련해 최요한 목사를 절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등 유출자를 찾는 데 열을 올렸다. 그러나 최 목사는 검찰에서 ‘혐의 없음’ 결정이 났고, 최초로 내부 기밀자료를 입수한 사람은 다름 아닌 CTS의 직원인 A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검찰에 접수된 탄원서 역시 A 씨가 제출한 것이다. 

1995년 CTS 창사 시절부터 시작해 지난 17년간 CTS에서 근무해 온 A 씨는 지난 2007년 감 회장의 비리 의혹이 담긴 5GB 분량의 내부 자료를 얻게 됐다. 이 자료는 감 회장의 지시를 받아 핵심 측근이 작성한 것으로 감 회장의 비리 의혹을 입증할 구체적이고 방대한 자료가 담겨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A 씨는 감 회장의 각종 비리를 개인의 일로 여기며 교계 자체의 자정 노력에 의해 문제가 해결되길 바랐다고 한다. 하지만 공대위의 문제제기에도 감 회장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의혹을 부인하며 큰소리를 치자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탄원서 문건에는 감 회장이 저지른 갖가지 비리 중 네 가지 비리 의혹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첫째, 감 회장의 CTS 부채 상환액 부풀리기 의혹이다. 개국 3년 만인 1998년 당시 부도상태에 놓인 CTS는 신한캐피탈로부터 창사 당시 방송장비 구입 등을 목적으로 빌렸던 49억 원과 원금에 대한 이자 48억 원을 합한 총 97억 원의 채무를 변제해야 했다. 하지만 당장 막대한 부채를 갚을 여력이 없던 CTS 측은 신한캐피탈 측을 만나 채무정산에 관한 협상테이블을 가졌다. 당시 A 씨는 실무자들과 이 과정에서 신한캐피탈 관계자들을 만나 15억 원을 상환하는 선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 유사 케이블사가 줄도산 하던 과정에서 돈을 빌려준 금융업체들이 땡전 한 푼 못 받는 일이 발생하자 신한캐피탈 측은 15억 원이라도 받자는 생각에 협상을 타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원만히 해결된 것으로 보였던 부채상환 문제는 2000년 감 회장이 사장에 취임한 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15억 원만 갚으면 됐던 것이 52억 원 상환에 23억 원은 주식 출자 후 상환하기로 상환내용이 변경된 것이다. 주식에 대한 권한은 감 회장이 갖는 조건이었다. 나머지 22억 원은 탕감 받았다. CTS 측에서는 당연히 A 씨가 맺었던 상환 계약보다 나쁜 조건이었다. 결국 CTS는 2006년까지 후원금으로 들어온 자금을 부채를 상환하는 데 썼다. 

A 씨는 여기에서 감 회장의 횡령의혹을 제기했다. 애초에 15억 원에 합의된 내용이 어떻게 52억 원까지 불어 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A 씨는 52억 원을 두고 신한캐피탈 측과 감 회장 간에 나눠 갖는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며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

문건에 적시된 감 회장의 두 번째 비리는 노량진 CTS 신사옥과 관련해 50억 원의 분양원가 횡령 의혹이다. 이는 <일요신문>이 최근 입수한 유명 회계법인의 감사 결과 보고서에도 횡령 정황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감사 자료에 따르면 CTS는 지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신사옥을 건축하면서 조은닷컴(감 회장의 장남이 실소유자)과 시행사 계약을 맺었다.

CTS 사옥 신축 사업의 계약내용은 조은닷컴과 CTS가 각자 건축물에 대한 지분을 갖고 각자의 지분만큼 건축비를 부담해 건축물이 완성된 후에는 각자의 지분만큼 소유권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또 조은닷컴이 전체 사옥 신축 분양 사업을 시행하되 CTS에 분양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양 이윤 없이 분양 원가로 분양하기로 약정했다. 그러나 2003년~2005년까지의 조은닷컴 손익계산서를 보면 조은닷컴은 CTS 신축 건물 중 지하 1~2층과 지상 10~12층을 총 분양가 134억여 원에 CTS에 분양했다. 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추정된 분양원가는 약 80억 원으로 조사됐다.

다시 말해 분양계약에 따라 조은닷컴은 CTS에 원가분양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분양가에 분양하면서 약 54억 원의 부당 이익을 편취한 것이다.

세 번째 비리는 쌈지공원 매매 대금 횡령 의혹건이다. 문건에 따르면 CTS는 2002년 2월 해외교포 선교사들의 국내 내방 시 주택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량진의 쌈지공원(2975㎡)을 2억 34만 원에 구입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구입 당시 등기부등본 상의 주인은 CTS가 아닌 조은닷컴으로 설정됐다.

이에 대해 감 회장이 밝힌 이유는 “CTS가 부도 전력이 있어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또 감 회장은 CTS 몰래 약 211㎡(64평)에 해당하는 쌈지공원 땅 일부를 25억 2000만 원에 팔았다. 하지만 조은닷컴 어느 장부에도 매매기록은 없었다. 결국 조은닷컴을 좌지우지하는 감 회장이 CTS 땅을 마음대로 하기 위해 애초부터 명의를 조은닷컴으로 설정했고, 매매기록도 작성하지 않는 등 계획된 비리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네 번째로 감 회장의 신사옥 건물 변칙양도 의혹도 제기됐다. 감 회장은 신사옥 건물비리로 말이 많아지자 조은닷컴이 소유한 CTS 신사옥 건물 가운데 3분의 2 분량의 소유지분을 2009년 12월 옥산레저(감 회장이 실소유자)에 양도하면서 명의를 이전했다. 감 회장은 이 과정에서 손익조작을 통한 과소신고 및 법인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탄원서 문건에는 감 회장의 나쁜 전력들이 고스란히 적시돼 있다. 매년 200억 원 이상의 후원금과 수익금이 들어오는 막대한 CTS의 재정이 건전하게 운영되는지에 의문을 제기한 비리조사위원회가 발족되자 감 회장은 갑자기 2008년부터 급격하게 인원을 증원했다. 100명 남짓 되던 직원수를 230명까지 늘린 것이다. 직원수를 부풀려 그만큼 인건비가 많이 드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고용된 직원들은 계약직 직원들로 100만 원 내외의 월급에 혹사만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감 회장은 미주지사 설립과 무리한 방송 송출시스템 설비와 때이른 HD방송장비 도입 등으로 회사 재정에 피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케이블TV의 방송 송출시스템은 송출대행사를 통해 이뤄진다. 이 업체를 통할 경우 1년에 약 6000만 원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감 회장은 자체 송출을 해야 한다며 CTS 자체 송출시스템을 갖추게 했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장비 구입비만 10억~30억 정도의 비용이 소비됐다. 또 여기에 송출비와 인건비 등 운영비만 한 달에 약 1억여 원이 지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CTS 관계자에 따르면 송출시스템 도입 당시 모든 내부 직원들은 이를 반대했지만 감 회장이 독단으로 이를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탄원서를 통해 “감 회장의 비리는 CTS의 비리가 아닌 개인의 비리”라며 “다수의 열심히 일하는 CTS 직원들 모두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자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과 관련해 감 회장 측의 입장을 듣고자 여러 차례 연락을 했으나 회장 수행비서와 비서실이 서로에게 답변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1000만 기독교인의 선교방송을 책임지고 있는 CTS 사태가 장기화되자 국회 차원의 대응책 마련도 강구되고 있다. 국회 문광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이번 방송통신위원회의 국감을 통해 CTS 사태를 집중 추궁하는 동시에 대책마련을 촉구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내부 갈등과 법정투쟁을 넘어 정치 공방전으로 확전될 조짐이 일고 있는 CTS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교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