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옹호 논란에 빠진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예장통합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을 ‘이단’으로 규정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기총 질서확립위원회(위원장:김용도 목사)는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삼경 목사의 삼신론과 월경잉태론은 심각한 이단이자 신성모독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질서위는 “7개 교단의 이단 조사 요청에 따라 지난 2개월 간 최삼경 목사에 대해 조사했다”며 결과를 임원회에 보고키로 했다.

조사 보고가 발표되자 최삼경 목사와 예장 통합은 즉각 반박하며 ‘한기총 질서위의 권한’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최삼경 목사에 대한 조사는 지난달 7일 임원회 논의 후 질서위에 위임한 것으로, 회원 교단이 정식으로 이단 조사를 요청한 것이라는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으며, 이단대책위원회가 아닌 질서위원회가 최삼경 목사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 역시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질서확립위원회는 지난 1월 총회 이후 한기총을 법적 소송으로 몰고 간 이광선 목사 등 10여 명을 징계하기 위해 구성된 특별위원회로 정식 인준 절차도 없었을 뿐 아니라 이단에 대한 조사 권한도 부여된 바 없다. 특위의 성격과 다른 일을 처리한 것이다.

또 한기총의 이단 발표는 이대위의 조사 후 임원회와 실행위원회를 거쳐야만 효력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채 두 달을 채우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형식적인 청문 직후 곧장 이단성이 있다는 결과를 발표해 ‘표적’ 조사였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 한기총 내 이단 옹호자 있나

현재 한기총이 처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단에 대한 ‘옹호’. 이단 해제에 팔 걷고 나섰다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에서 한기총이 이단대책위원회 구성을 마다하고 질서확립위원회를 통해 ‘마녀사냥’식의 이단 규정에 나선 것은 커다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심지어 수뇌부에 해당하는 한기총 4인방 가운데 한 명이 이단으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수수한 정황이 포착돼 ‘이단 옹호’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공동취재단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4인방 가운데 한 명인 P 목사가, 기성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이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P 목사의 이단 금품 수수설은 지난해 12월 한기총이 의혹을 받았던 J 목사와 B목사에 대해 혐의 없음을 밝힌 후 주요 교단들이 반박 기자회견을 연 자리에서 터져 나왔다. 당시 예장 합동총회 이치우 총무는 “P 목사가 2005년 S교회로부터 1억여 원을 받았다”고 처음 폭로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증거가 제시되지 않아 이 발언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한기총이 최근 이단을 옹호하는 듯한 행보를 계속하면서 수뇌부 가운데 한 명인 P 목사의 이단 금품수수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공동취재단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S교회는 지난 2005년 6월 세 차례에 걸쳐 P 목사가 설립한 한국기독교총협의회에 1억 7천만 원을 입금됐다. 이 돈 가운데 1억 1천만 원이 다시 P 목사가 속한 교단으로 빠져나갔다.

# P 목사 이단 금품 수수

한국기독교총협의회는 한기총과 유사한 이름을 사용하는 별도 법인으로 P 목사가 주도해 만든 조직이다. 돈이 입금된 2005년 이후 한기협은 S교회 K 목사에 대해 “이단 혐의가 없다”고 발표했다.

2007년 P 목사는 한기총에서 제명됐지만 2009년 다시 한기총 총무협 총무로 선임되면서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광선 목사와 친밀한 행보를 보였고, J 목사가 속한 합동복음 실무자와도 밀접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P 목사는 지난해 여름, 한기총 소속 목사 몇 명과 지리산으로 여행을 떠난 자리에서 S교회 측 장로를 대동하는 등 과감한 이단 옹호 행보를 계속해왔다.

이처럼 명백한 금품수수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P 목사는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한기총이 이단들이 사용하는 ‘이단감별사’라는 적절치 않은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최삼경 목사를 이단으로 몰고 간 것에 대해 교계의 시각은 곱지 않다. 한기총 수뇌부에 이단 옹호자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고, J 목사에 대한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온 최삼경 목사를 표적으로 조사했다는 점에서 특정인을 보호하기 위한 억지 조사였다는 지적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기총의 정관 개악에 우려를 표하며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 10개 교단은 물론, 예장 합동조차도 “이단문제 만큼은 쉽게 포기할 수 없다”며 한기총의 이단 옹호 행위에 대해 강하게 대처할 전망이다.

<한기총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