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한국기독교계가 ‘식물교계’로 표현될 만한 한 해였다.

길자연 목사의 금품선거 비리와 한기총 개혁의 실패, 이광선 목사와의 ‘야합’으로 이어진 2011년 한해는 교계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정치싸움만 하다가 마무리한다는 서글픈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특히 대한민국의 정치가 요동치고 교계가 ‘나꼼수’의 가십거리가 되고 ‘신천지’의 조롱거리가 되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혁과 반성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기독정당을 3개나 만드는 정치적인 모습만 보여주었다. 또한 ‘나꼼수’ 멤버들에게서 보듯 기독교인이면서 좌파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고 몇몇 교회의 목회자들은 사상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뼛속까지 깊은 종북’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교계의 개혁을 책임지겠다던 좌파성향의 진보계열 목회자들은 ‘비리로 구속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문제에 깊이 개입하거나 ‘한미 FTA 반대’, ‘4대강 반대’같은 정치구호에만 몰입했다. 심지어 어느 특정지역의 부흥회에서는 강사가 ‘반미와 4대강 반대’를 공공연히 설교하기도 했다.

어떤 목회자들은 자신의 정치적인 모습 그것도 좌파적인 본성을 숨기기 위해 자기 교인들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그러한 까닭에 회중기도에서는 거룩과 경건, 하나님과의 교제를 강조하고 자신은 우파적인 교인들의 기도를 못마땅해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들이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여준 그릇된 영향력은 대단했다. 이들의 고발, 제보, 성명발표 등으로 수많은 한국교회가 언론에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한마디로 좌파언론들이 한 해 동안 한국교회를 향한 비난기사와 보도의 게재수준은 가히 경악할 수준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단인 ‘신천지’역시 일간지를 만들어 한기총 해체와 기독교계 전반의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양산해 나가기도 했다. 이들은 마치 한국의 기독교가 일부 목회자들의 비리 차원을 넘어 ‘공공의 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많은 목회자들이 금전과 권력, 교권, 세습제 등으로 송사에 휘말리고 또 구속되기도 했다. 정삼지 목사의 구속과 이를 둘러 싼 교인들 간의 갈등은 ‘주일예배’마저 드리지 못하는 충격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또한 해묵은 교계의 좌우갈등이 WCC총회라는 이슈에 걸려 다시 전면으로 부각됐다. 기독교계의 좌우갈등은 이미 수십년에 걸쳐 이어져 온 것으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교회가 좌파들에게 휘둘려 본연의 역할을 다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이런 갈등국면을 통해서 교회를 떠나 가톨릭과 이단으로 옮겨지는 성도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은 서글픈 일이다. 그러다보니 교회에서 새 신자가 와도 거의 대부분 초신자가 아니라 기존 교회에서 옮긴 ‘수평적 이동 신자’라는 점에서도 위기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한국교회가 ‘1200만’ 혹은 ‘1000만’이라는 성도수를 언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교회가 한기총사태 이후 세상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청빈한 목회자의 삶을 살았던 고 한경직 목사(1902.12.29~ 2000.4.19)의 삶을 닮은 다큐멘터리가 공영방송인 KBS 1 TV를 통해 방영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보인다. 성탄절 특집 프로그램으로 방영될 한경직 목사 다큐멘터리는 기독교인들은 물론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고 한경직 목사는 영락교회를 시무했으며, 종교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우는 템플턴상을 수상했다. 그의 삶은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 그 자체였으며 사실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지만 사회복지에 큰 공로를 세우신 분이다.

고 한경직 목사가 처음 한기총을 세우고 외쳤던 그 ‘초심’으로 돌아간다면 한국교회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는 아직도 수많은 성도들이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날마다 기도하고 있다. 또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지금도 전도에 나서는 사도 바울 같은 목회자들이 많이 있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묻지마 안수’가 만연되어 자격미달의 목회자들이 양산되고 무허가, 무인가 신학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무분별한 영성운동과 극단적인 말씀운동, 일부 정치적인 목회자들의 비리 때문에 전체 기독교가 비난을 받는 것처럼 비춰질 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 2011년은 비록 궂은 날이 더 많았지만 다시 시작되는 새해에는 이러한 문제점들만 보완한다면 연합과 화합의 시대정신으로 돌아가는 것도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정성진 목사(거룩한 빛 광성교회)가 어느 포럼에서 “사람이 매를 맞을 때 이유를 알고 맞으면 억울하지 않는데 모른 체 맞으면 엄청 억울하다. 한국 교회도 왜 추락하는지 알면 대안을 찾고 반등할 수 있는데, 이유를 모르면 ‘우리 그런 일 없다.’고 이야기하며 교회를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우리는 이미 한 해 동안 어떻게 하면 한국교회가 망하고 어떻게 하면 흥할지 보아왔다. 그게 바로 소득이요 희망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