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정관을 개악해 파행 사태를 빚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이번에는 예산을 마음대로 전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CBS 취재결과, 한기총이 천안함 건조를 위해 모금했던 3,000만 원을 운영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일반 경상비로 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기총은 이어 길자연 대표회장이 복귀한 이후 여러 교단들이 지진 피해를 당한 아이티를 돕기 위해 기탁한 성금 2억여원을 직원 퇴직금 중간 정산에 대부분 써버렸다. 2억여 원 중 1억 5천만 원이 유용된 것이다.  

이후 아이티 성금 유용에 대한 지적이 일자 또 다른 목적 기금인 '한기총 회관 건립 기금'에서 3억 원을 인출해 사용하고 2억 1,000만 원을 다시 채웠다.

한기총 회관 건립 기금은 엄신형 전 대표회장이 연임하면서 발전 기금으로 7억 원을 기탁한 돈이다.  법인 이사회의 결의 없이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인데, 이사회 승인도 없이 제멋대로 전용한 것이다.

한기총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회관 건립 기금에서 2억 원을 또 인출해 사무실 리모델링 비용으로 8,000만 원 가량을 지출하는 등 회관 건립 기금 거의 전부를 목적과 다른 곳에 썼다.

현재 회관 기금은 1억 4,000만 원 가량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기총 측은 재정 유용 의혹을 부인하거나 해명을 거부했다.

길자연 목사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아이티 문제는 총무한테 물어보면 잘 알 것"이라며 "아이티 기금 전용은 없고, 지금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을 원래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건 전용 아니냐는 CBS 기자의 질문에 김운태 총무는 "내가 이 문제를 갖고 얘기할 입장이 아니"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한기총의 이런 행태가 가능했던 이유는 기존의 국장 세 명을 직위해제하고 특정교회와 관련된 인물을 재정국장에 앉혔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행위에 대해 법조계는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는 경우' 다른 목적으로 유용한 것은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경태 변호사는 "원래 용도 외에 목적으로 집행했을 경우에는 실제 사용을 어떻게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특정 용도가 중요한 것"이라며 "특정 용도에 반해서 집행했다는 자체로 불법 영득의사가 있다고 인정하고 있고, 업무상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기총이 정관 개악 사태로 나락으로 떨어지면서도 재정을 제멋대로 유용하고 있어 도덕적 해이는 물론 불법까지 자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