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화기관 전락 개탄…  길자연 측근 홍재철 단독 후보 출마

오는 19일 예정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길자연) 정기총회가 파행 조짐을 보이고 있어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기총은 길자연 대표회장이 시무하는 서울 서원동 왕성교회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제18대 대표회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기총 소속 31개 교단‧단체들로 구성된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총회 불참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에서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연합기관이 몇몇 인사들에 의해 사유화기관으로 전락했다”면서 작금의 사태에 대해 “교회와 성도, 나아가 세상을 섬겨야 할 교회의 지도자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부끄러움의 대상이 돼 버렸다”고 개탄했다. 아울러 이번 대표회장 선거에서 후보 출마가 유력시됐던 예장백석과 대신, 기성, 기하성(여의도) 등 4개 교단이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한기총은 이번 선거를 준비하는 선거관리위원회를 한기총 질서확립대책위원들 위주로 구성했으며 총회 장소 또한 임의로 변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회원교단들은 이에 대해 명백한 위법 행위로 간주한 것이다.

한기총은 지난 4일 후보등록을 마감한 결과 단독 후보로 마무리됐다. 단독 후보는 길자연 대표회장이 속한 예장합동 홍재철(현 한기총 공동회장) 목사다. 하지만 홍 목사는 최근 교계로부터 한기총 공동회장 자격의 불분명성과 목사학력, 이단연루 등 여러 가지 의혹을 받고 있어 대표회장 후보로서 자격이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특별총회에서 ‘대표회장은 교단 순번을 정해놓고 돌아가면서 하고 임기는 1년으로 하자’는 결의에 따르면 홍 목사는 대표회장에 출마할 수 없다. 이유는 현 길자연 대표회장이 예장합동 소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기총이 특별총회 이후 실행위원회에서 교단별 순번제를 폐기하고 임기를 2년으로 늘리면서 일각에선 홍 목사를 대표회장에 당선시키기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성명에 따르면 한기총은 금권선거로 사회의 지탄을 받은 이후에도 공금횡령, 이단 인사들과 교류 등으로 회원교단들의 반발을 샀음에도 어떠한 해명도 없다. 한기총은 한국교회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전도총회(다락방)와 장재형, 베뢰아(김기동)로부터 1억 7천여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회원교단은 한기총에 해명 및 시정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한기총이 이들에 대해 행정보류 등 보복성 조치를 일삼으며 독재적 권력 행태를 취해온 것에 대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불공정한 후보등록과 부당한 선거시행 절차를 즉시 멈추고 총회 일정과 장소 또한 변경할 것을 한기총에 촉구했다. 또 지난해 7월 7일 특별총회 결의와 정신을 회복해 금권선거를 근절하고 건강한 개혁을 위한 제도와 규정으로 바로잡을 것을 요구했다. 만일 이 같은 내용이 실행되지 않을 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앞서 한기총은 구랍 30일 성명을 발표해 “27일 실행위원회를 방해한 조성기‧최삼경 목사에 대해선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이제는 한국기독교연합회관마저 (회의장으로)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왕성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기총 정기총회에 회원교단들의 대거 불참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기총 집행부가 이들의 성명서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더 많은 교단을 행정보류하는 강경책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