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가 끝난 시점에서 한국기독교 최대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신학적·역사적 정체성에 대해 여러 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 한기총은 ‘좌우로 치우치지 않는 명실상부한 연합기구’(정관사항)라는 설립 취지로 1989년 창립한 기구였다. 교회협이 진보적이고 좌파적 성향을 띄었다고 평가 받던 시점에서 한기총의 출범은 매우 환영할 만 한 일이었다. 교회협은 한국교회의 연합기구라는 말이 무색하게 사실상의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어서 가입을 하기도 까다로웠을 뿐만 아니라 그 성격도 한국교회를 대표하기에는 좀 논란의 여지가 있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몇몇 외국에서 정통성을 인정받는 교단들이 한국에서는 장로교 중심의 교세 때문에 교회협에 가입을 희망했다가 좌절된 사례들도 더러 있었기 때문에 한기총은 때때로 ‘이단시비’에 휘말릴 만큼 ‘한국에서는’ 이름이 생소한 교단들이 꼭 가입을 해야 하는 단체이며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이었다. 오죽하면 군소교단들이 앞 다투어 자신들의 주보나 홈페이지에 ‘본 교단은 한기총에 가입된 교단입니다’라는 문구를 필수로 적어 넣어야 했을까.
그러나 오늘날 한기총은 이러한 설립취지 뿐 아니라 공평과 정의 그리고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라는 성경의 정신과도 어긋나게 수많은 집회와 성명 등을 통해 정치권력을 비호하며  그 힘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회장선거가 금권선거의 이미지로 부각되고 한국교회의 장자 교단을 자부하는 예장합동의 경우 이번까지 세 차례나 대표회장에서 떨어지자 ‘탈퇴발언’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는 형편이다.
교회협이 한기총보다는 역사가 훨씬 오래되고 한기총이 후에 만들어 진 것은 KNCC(교회협)의 모체인 WCC가 동구 공산주의 국가들의 동방정교회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고 용공주의라고 해서 예장합동 등 우리나라의 보수교단들이 NCC를 탈퇴하여 만든 연합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기총은 보수적이고 교리적인 색채를 지니고 활동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기총의 설립에는 그 누구보다도 한국교계에서 존경받던 한경직 목사의 공로가 컸다. 지난 1989년 교계원로 목사 10여명의 제창으로 각 교단 증경 총회장 및 기관단체 대표들이 함께 회동, 기도회를 갖고 창설을 협의한 것이 그 시초이며 그해 2월 9일에는 유성에서 각 교단 원로 20여명이 회집하여 발기준비위를 구성했고 제 1대 사무처장으로 김경래 장로가 취임했다. 그리고 4월 28일 창립(준비위원회) 총회를 서울 영락 교회 선교관에서 개최했고 6월에는 여전도회관에 사무실을 두게 된다. 이런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6.25 상기 집회 및 통일교 대책 집회 등 이름을 세상에 알린 한기총은 드디어 12월 28일 창립(교단대표) 총회를 서울 강남중앙 침례교회당에서 개최했던 것이다. 이 자리에서 제 1대 대표회장으로 박맹술 목사가, 제 1대 총무로 한명수 목사가 취임하게 된다.
한기총은 그간 많은 사업을 벌여왔다. 북한난민보호UN 청원 추진운동 발대식 등 좌파정권시절에도 제 목소리를 내왔으며 ‘한국교회비전큰잔치’ 등 행사도 벌여왔다. 목회자 후임(소위 세습) 문제에 관한 포럼 등 한국교회의 이슈들을 전면으로 부각시키기도 하면서 명실공이 한국 기독교의 대표기관으로 자리매김해 왔던 것이다. 한기총은 교단의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연합과 협력을 통하여 우리 민족과 전 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목사복'을 제정하여 보급했고, 사회봉사의 모본을 제시한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을 시행하고 있으며, 기독교교도소 설립을 운영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고 '재단법인 아가페'도 태동시켰다. 남북의 평화통일과 북한선교 사역을 감당하고 있으며 '통일선교대학'을 설립 운영하여 지도자를 양성하고 있다. 탈북자 보호와 난민지위 획득을 위해 UN청원 활동을 벌였고 국내 정착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단 사이비 문제와 단군상 문제 등 진리 수호에 앞장 서 왔고, '21세기크리스천연구원' '한국교회청소년지도자대학' '문화예술체육선교대상' 등 통해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 선교와 경건한 기독교 문화 창달과 정착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와 정부 및 국제 사회를 향하여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정책의 수립과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한기총은 한국교회의 숙원인 '하나의 통일된 연합기관' 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연합과 일치에 선도적 자리에서 그 책임을 다하겠다고 늘 말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한기총도 ‘대표회장’선거라는 ‘자리’ 때문에 늘 문제가 있어왔던 것이다. 이로인해 그간의 모든 업적들은 무시당하고 한국교회가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급기야 한기총이 대표하는 이러한 모습으로서는 한국교회에 희망이 없다는 견해와 더불어 한기총의 반사회선교 형태는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한국 사회가 지적하는 교단정치와 개교회이기주의 그리고 목회자의 자질 부족 등 여러 가지 폐해를 낳았던 것이다. 그런데 탈퇴선언과 함께 ‘제2 한기총’에 대한 말들이 오가고 있다. 한국교회의 희망도 발견하기 전에 또 다른 ‘자리’하나를 만드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된다. 장로교만 해도 한 장총, 예장연, 예장협, 예장총 등 얼마나 단체들이 많은가 말이다. 차라리 한기총을 ‘개혁’하자고 했다면 장로교의 ‘개혁’사상이 돋보였을 텐데 탈퇴선언은 좀 염려된다. 오죽했으면 ‘탈퇴’얘기가 나왔을까마는 지금은 교계가 단합하여 일할 때다. 신임회장이 취임식도 하기 전에 ‘탈퇴’ 얘기가 오가는 것을 보며 과연 대교단의 횡포라는 생각이 드는 건 과장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