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Dalzell A. Bunker1853-1932)는 1853년 8월 10일 미국 오하이오 주 콜브룩(Colbrook)에서 태어났다. 1883년 오하이오 주 오베린 대학(Oberlin College)을 졸업하고, 유니온 신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1886년 6월에 졸업하였다. 1882년 4월 한미수호조약이 체결되고 나서 미국의 근대식 교육제도를 받아들이기 위해 한국 정부에서 최초로 세운 근대식 교육기관인 육영공원의 교수로서, 그는 미국 정부의 추천과 고종 황제의 초청을 받고 1886년 7월 4일 입국하였다. 9월 23일 개교한 육영공원(育英公院, Royal College; 미국인 3인이 한국의 영재를 교육하던 국립교육기관)에서 교수직을 맡아 근대 교육의 개척자가 되었다. 육영공원을 영어로 황실대학(Royal College)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학교 편제는 좌원(左院)과 우원(右院)으로 나누었으며, 좌원에는 젊은 현직 문무 관리를 선발하고, 우원에는 고관 자제들 중에 총명하고 수학 능력이 있는 소년 영재들을 선발하여 미국인 교수 3인이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특히 우원 학생들이 열심이었고 영어 공부를 통하여 출세하기를 갈망하였다. 한때 육영공원의 성적에 따라서 관직에 임명될 것이라는 말도 있어서 모두 열심을 내어 공부에 전념하기도 하였으나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향학열이 식어가고 운영면에 부실한 점도 있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1894년에 문을 닫고 말았다.
배재학당 교장은 육영공원이 폐교된 후 벙커는 감리교 선교부의 요청에 따라 배재학당의 교사가 되었다. 배재학당은 1895년 2월부터 한국 정부와 협정을 맺고 정부가 추천한 200명의 학생을 받아 벙커가 책임을 맡아 교수하여 배재학당 학감이 되었고, 제3대 배재학당장이 되었다(1906.6~1911.6). 그는 10년 동안 많은 인재를 길러내고 1911년 6월 신흥우 박사에게 학당직을 넘겨주고 문서 활동, 연합사업 등 눈부신 활동을 하였다.
옥중에 전도를 했다. 1894년 새해 벽두부터 농민학정에 항거하여 궐기한 동학혁명이 전국에 퍼져 전제 군주 밑에서 자유와 사회개혁을 부르짖게 되자, 정부에서는 많은 지도급 인사들을 체포하여 감금하기에 이르렀다.
1896년 4월 독립신문이 창간되고, 그 해 7월에는 독립협회가 조직되고, 개혁사상과 민권신장 등 정계사회는 무질서한 가운데 투옥 인사 중에 이상재, 유성준, 홍재기, 안국선, 이원긍, 김정식, 이승만, 김린 등 많은 사회 지도자들이 철창 신세를 지게 되어 감옥 생활을 하고 있었다. 벙커는 매주 한 번씩 감옥의 애국지사들을 방문하여 성서와 기독교서적을 나누어 주며 옥중 전도를 하였다. 옥중에서 벙커의 설교를 듣고 차입한 종교서적을 읽으며 성서의 오묘한 진리를 깨닫고 감화를 받아 예수를 믿기로 결심하고 세례 받은 사람이 12명이었다. 1898년 10월 독립협회 주최로 종로에서 관민공동회(만민공동회)를 개최하고 왕정폐지와 자주독립, 자유민권 및 자강개혁 등을 외치다가 많은 지도자들 특히 배재학당 출신의 이승만도 체포되어 무기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에 벙커 선교사의 옥중 전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저희 가난한 가족들을 돌보아 주신 데 깊은 감사와 옥중에 갇혀 있는 가망이 없는 저희들을 구원해 주시고 내게 주신 하나님의 축복이 얼마나 놀라운지요. 황량한 겨울 어둡고 축축한 감방은 요즈음 너무나 춥습니다. 대부분의 수형자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저는 하나님의 은혜와 선교사님의 도움으로 충분히 추위를 이겨낼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899년 12월 28일 제자 리승만’
이승만은 23세에 투옥되어 6년간(1898~1904) 옥고를 치렀는데 그의 유명한 저서 <독립정신> 또는 옥중기는 이 감옥에서 썼던 것이다. 이승만은 1904년 8월 노일전쟁 중에 특사로 석방되어 미국으로 망명하여 조지 워싱턴 대학(1907년)과 하바드 대학원(1908년)을 졸업하고 1910년 7월 프린스턴 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전공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고 9월에 귀국하여 기독교 청년회 간사로 취임했다. 한국 땅에 묻어 주오. 벙커는 국립교육기관인 육영공원에서 한국의 국가 공무원과 고관 자제들을 교육한 공로로 1892년 2월 한국 정부로부터 통정대부호조참위(정3품)의 관직을 받았다. 벙커 내외는 한국에서 근속 40년 표창을 받고 73세에 은퇴하여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 여생을 보내다가 1932년 11월 28일 79세로 별세하였다. 그는 마지막 숨을 거두기 직전에“나의 유골을 한국 땅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의 유언에 따라 부인 엘러즈 여사는 1933년 4월, 남편의 유골을 안고 한국에 와서 1933년 4월 8일, 정동제일 예배당에서 고별 예배를 드리고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고이 모셨다. 벙커의 묘비에는 「날이 개이고 흑암이 물러갈 때까지」라는 의미심장한 비문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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