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버트(Homer Bezaleel Hulbert 1863-1949)는 1863년 1월 26일 버몬트 주 뉴헤이븐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조합교회 목사로 미들버리 대학 학장이었고, 그의 어머니는 다트머스 대학 창설자의 후손으로 인도에 파견되었던 선교사의 딸이다. 헐버트는 다트머스 대학을 졸업하고, 유니온 신학교 재학 중에 한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1886년 7월 4일 내한했다. 구한국정부는 1882년 한미조약이 체결된 후 갑자기 대두되는 근대교육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하여 미국에서 교사를 초빙하기로 했다.
고종 황제는 젊은 교사 세 사람을 미국에서 구하여 주기를 미국공사에게 청하매, 1884년 9월 푸트(L. H. Foote) 공사는 본국 국무장관에게 이 사실을 통고하고 그 인선을 의뢰하였다. 외국에 파송될 교사는 신앙이 두터운 신학생이 적당하리라 생각하고 외국 선교부 직원과 협의 끝에 뉴욕시에 있는 유니온 신학교에서 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발탁된 3인의 교사가 헐버트, 벙커, 길모어 등이었다. 헐버트는 당시 유니온 신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처음에 와서 그는 관립소학교 교사요원으로 있다가 한국 역사상 최초로 관립근대교육기관인 육영공원(育英公院)이 설립되자 8월부터 외국어 교사가 되었다. 그러나 1894년에 육영공원이 폐교됨에 따라 미국감리회 선교부 소속 선교사로 전임하게 되었다.
그는 1893년 9월에 귀국하여 목사 안수를 받고 미감리회 선교사로 내한했다. 1903년 황성기독청년회(YMCA)가 창설되고 헐버트는 초대회장이 되었다.
고종의 밀사로 활동했으며 황성기독청년회가 창설되고 2년 뒤에 을사조약이 체결되어 한국정부는 외교권과 재정권을 일본에 박탈당했다. 을사보호조약은 한국은 약해서 어떤 강대국에게 먹히울지 모르니 일본이 보호해 준다고 하면서 꾸며진 강제조약이었다.
1905년 11월 17일, 일본 군대가 서울에서 왕궁을 포위하고 시위하는 가운데, 이등방문이 고종황제를 협박하여 외부대신 박제순, 내부대신 이지용, 군부대신 이근택, 학부대신 이완용, 농상공부대신 권중현 등 소위 을사오적(乙巳五賊)의 자문을 받아 보호조약을 체결하게 했다. 한편 미국정부는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이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일본의 한국에 대한 야망을 묵인 방조해 주는 소위 태프트 가쯔라 비밀조약을 성립하였다. 이 비밀 조약이 체결되자 당시 주한 미국공사 알렌은 이를 반대하다가 본국으로 소환되었으며, 한국에 거주하던 미국선교사들은 미국정부의 불의를 규탄하는 시민대회를 열기도 했다. 그리고 당시 한국정부의 참정대신 한규설은 일제의 침략행위를 지적하다가 파면을 당했고, 민영환 등 애국지사들은 자결을 했다.
민영환은 다음과 같은 유서를 남겼다. “아아 나라와 겨레의 치욕이 이에 이르러 장차 생존경쟁에서 다 죽으오리. 무릇 살고자 하면 죽고 죽으려 하면 살게 되나니 여러분은 어찌 이를 모르리오. 영환은 한갓 죽음으로써 황은에 보답하옵고 우리 이천만 동포에게 사죄하오. 영환은 죽어도 죽지 않고 구천 아래에서도 여러분을 돕도록 하오리. 다행히 우리 동포형제 이천만이 곱절이나 더 분발하고 뜻을 굳게 하고 학문에 힘쓰며 일치단결하여 온갖 힘을 내어 자유독립을 되찾게 되면 죽은 이 몸이 저승에 가서도 기뻐 웃사오리. 아아 조금도 실망 마시오. 대한제국 이천만 동포에게 마지막 말씀 드리오.” 당시 황성신문 사장 장지연은 11월 20일자 사설 “是日也放聲大哭(오늘에 목놓아 통곡하노라)”에서 ‘... 천만 뜻밖에 어데로부터 제출되었는고... 대황제폐하의 강경하신 성지(聖志)로 거절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2천만 동포가 노예가 되었으니 살았는가, 죽었는가?’라고 기록했다. 그리하여 1905년 11월 15일 굴욕적인 보호조약이 체결되기 이틀 전에, 고종은 헐버트편에 미국 윌슨 대통령에게 밀서를 보내려고 하였다.
일본의 야망을 미국 대통령에게 고발하여 동정을 구해 보자 하는 안타까운 심정에서였다. 그 밀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883년 이래 미국과 한국은 우호적인 조약관계에 있어 왔소. 한국은 그간 여러 차례에 걸쳐서 미국 정부와 그 국민의 친선동정을 받아왔소. 미국의 대표자들은 항상 한국의 번영과 발전에 대해서 동정적이었소. 귀국에서 파견된 교사들도 이 백성의 정신의 고양을 위해서 많은 공헌을 해온 것이 사실이요. 지금껏 보여준 것과 같은 정도의 마음과 판단으로 이 문제(독립상실)를 다루어 주기 바라오. 그리고 이 나라의 위기에 전과 다름없이 베풀 수 있는 도움을 주시기 간절히 바라오. 일본이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며 무력에 의해 강압으로 이룩한 것이오. 한미수호조약의 규약과 그 정신에 입각하여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도와 주시오.’ 그러나 헐버트는 백악관에서 문전박대를 당하여 대통령을 만나지 조차 못하였다.
당시 국제 상황은 미일간의 카츠라 태프트 밀약, 영·일동맹 등의 체결로 일본의 한국강점은 용인되고 있는 터였고, 미국은 한국 황제의 호소를 들어줄 태세를 전혀 갖추지 못했다.
고종은 미국에 체재중인 헐버트에게 11월 26일 짤막한 단장의 글 하나를 발송했다.
‘짐은 총칼의 위협과 강요 아래 최근 한일 양국간에 체결된 소위 보호조약이 무효임을 선언하노라.’ 또한 헐버트는 이준, 이상설, 이위종과 함께 1907년 헤이그 밀사로 파송되었다.
헐버트는 헤이그 밀사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그들을 자문하는 역할의 임무를 띠고 한국을 출발했다. 그는 3인의 밀사가 헤이그에 도착하는 대로 현지에서 합류하기로 하고 3인 밀사의 출발에 앞서 가족과 함께 스위스로 향했던 것이다. 그는 4월 초, 한국을 출발하여 일본과 중국을 경유하여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러시아를 거쳐 유럽에 도착하였다.
헐버트는 밀사들의 도착 보름 후인 7월 10일 헤이그에 도착했다. 그 동안에 그는 파리 등지에서 밀사들을 지원했고, 3인의 밀사 파견이 사전에 탄로날까봐 자기가 일부러 일본인의 함정 속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결국 헤이그 밀사 사건으로 해서 그는 한국에서 추방당하여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각지를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친구들은 한국에 대한 관심과 행적 때문에 일제에 의해선 친한파 선교사로 주목을 받았고, 지나친 정치 참여로 선교사들 사이에 평이 좋지 않아 헐버트는 1908년 소환 형식으로 한국을 떠났다. 그는 한국 문화와 역사를 연구하여 개척자 구실을 했다.
그의 저서로는 『한국사』(1905), 『한국망국사』 등이 있다. 미국은 물론, 유럽에 있어서 한국사 연구는 헐버트에 의해서 시작된 것으로 그의 공로가 크다고 한다. 8.15광복 후 1948년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될 때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는 그를 국빈으로 초대했다. 그때 그의 나이 84세의 고령으로 광복된 한국을 보고 싶어 무리하게 왔다가 1949년 8월 5일 여독으로 위생병원에서 별세하였다.
그는 “나는 웨스트민스터 성당보다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하노라”는 유언을 남기고 최후의 숨을 거두었다. 그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비문이 새겨져 있다. 「헐버트(Homer B. Hulbert) 일천팔백육십삼년 일월 이십 육일 미국에서 출생 일천구백사십구년 팔월 오일 서울에서 별세 비젼의 사람 한국의 친구, 나는 웨스트민스터 성당보다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하노라.Man of vision and Friend of Korea, I would buried Korea than in Westmins ter Abb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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