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대 호남’, ‘호남 대 영남’, 이 말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많이 들어 온 말 중 하나다.

그런데 이 말이 적용되지 않아야 하는 곳이 교계가 되어야 하는데도 아직까지 거론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요 고질적인 병폐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사실 교계의 지역감정의 뿌리도 아주 오래 된 것이었다. 정치권에서만 지역감정을 조장한 것이 아니라 교계에도 노골적인 지역감정이 존재 해 왔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역의 신학대학을 나온 신학생들이 타 지역의 신학대학을 나온 목회자와 부교역자 관계로 일할 수 없었다.

어느 교회에서는 수십 년간 특정지역 출신자들이 전도사 직분을 맡는 것도 어려웠다.

총장선거나 총회장 선거에서 지역 색 때문에 몇 년 동안 소송을 불사하기도 하고 총장 선임이 어려워지기 까지 한다.

특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선거가 다가오면서 또다시 후보자들의 출신지역에 대해서 ‘지역단일화’얘기가 고개를 들고 단순히 후보자의 프로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 대 지역의 대결로 몰아가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하지만 문제는 대한민국이 두 지역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충청권과 강원권, 중부권과 수도권, 제주도 등 다양한 지역들이 존재하는 데도 ‘지역감정’ 때문에 국가나 교계가 늘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가슴 아픈 일이다.

물론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던지 ‘지역 색’이라는 것은 존재할 것이다.

미국만 해도 남북전쟁의 역사적 상처 때문인지 남부지역은 다소 보수적이고 북부지역은 진보적이라고 본다.

중국의 경우 충칭시만 봐도 한국만큼 넓고 인구수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북부지역과 남부지역 간 언어적 차이나 문화적 차이는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처럼 지역끼리 감정적으로 대하지는 않는다.

올 해 한국 프로야구는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기아 타이거즈’가 우승을 차지했다.

과거 수차례 우승을 한 ‘해태 타이거즈’가 전신인데 한 때 전북을 연고로 한 ‘쌍방울 레이더스’를 마치 지역을 분할하기 위해 세운 것처럼 생각했다.

우승 후 곧바로 몇 명의 고참 선수들을 방출했을 때도 지역감정적인 말들이 오갔다.

사실 기아타이거즈는 ‘해태 타이거즈’를 인수 한 후 지역감정과 편견이라는 ‘적’과 더 많은 싸움을 벌인 팀이다. 스포츠 까지도 이런 지역감정적인 문제들이 결부되는 형편이고 보면 그 심각성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고 본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지역감정’이 존재 하는 데는 분명히 원인이 있다고 본다. 그것이 단순히 지역소외에서만 비롯된 건 아니다.

문제는 교계에서 이런 문제를 치유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충청지역이나 강원지역, 제주지역 출신들에겐 이 지역감정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

사실 지역감정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고 보는 것이 무난하다. 다만 정치인들의 출신 지역 때문에 두 지역 사이에 생겨난 일종의 간극과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색을 배재하고 화해를 말해야 할 교계가 선거철, 그것도 총회장 선거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같은 ‘공인’을 뽑는 데 까지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서로 강단교류도 하지 않고 자신과 같은 지역의 신학대학 출신들만 뽑고 선거 때 마치 정권교체를 하는 양 ‘이번에는 우리 지역이...’라고 말하는 건 올바른 모습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여기에 덧붙여 지역별로 친목회를 넘어서서 일종의 정치조직화 된 교계의 단체들을 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움 그 이상이다.

정책과 공약을 보고 단일화해야 할 선거가 지역을 보고 단일화 하자는 식이 된다면 진정한 일꾼이 선출될 여지가 더욱 없어진다.

우리나라는 남한과 북한이 대치 상태이며 다문화가정도 많고 외국인 불법체류자나 노동자 문제도 많다. 사회가 하나로 통합될 여지 보다는 분화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태에서 지역감정의 문제는 큰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교계가 이런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다.

솔직히 말해 중소형 교회들을 가보면 지역별로 ‘향우회’ 모임 하듯 교인들이 모여 있는 경우도 많다.

일단 고향을 먼저 찾는 것이 우리의 정서이기는 하지만 또 다른 이질감이 교회에 새 신자가 정착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면 분명 예수님이 원하시는 교회의 모습은 아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후보자들이 하나 둘 씩 출사표를 던졌다. 이젠 지역을 보고 뽑는 것이 아닌, 후보의 인품, 공약, 신앙경력을 보고 뽑았으면 한다. 또한 지역적으로 회합을 갖거나 지역의 대결로 몰아가는 전근대적인 선거를 치루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지역감정이 존재하는 이상 한국의 교계는 더 이상의 발전이 없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교계의 화합도 지난하리라고 본다. 그건 지난 수십년 동안 대한민국의 정치가 가르쳐 준 교훈이다. 우리는 이 교훈을 결코 잊어서도 또 되풀이해서도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