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계의 가장 큰 이슈는 WCC(세계교회협의회)총회에 대한 입장 차이일 것이다.

WCC는 교회일치와 연합을 위한 ‘에큐메니컬’ 정신을 바탕으로 1948년 암스테르담에서 창설되었다.

제1차 총회에서부터 제9차 총회까지의 주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의 균형을 잡아주는 쟁점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 그 특징이다.

물론 종교다원주의적 성격이나 해방신학 등 민감한 주제, 그리고 자유주의 신학을 기초로 한 성향 등 한국교계나 복음주의 진영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들도 충분히 있다.

특히 6.25전쟁을 경험하고 자유주의와 사회참여라는 문제 때문에 분열의 역사를 안았던 한국 교회로서는 매우 민감하고 부담스러운 주제이기도 하다. 사실 WCC는 교계의 분열을 극복하고 세계의 평화를 그 목적으로 한다는 취지가 강하다. 그러나 대개의 운동들이 유독 ‘한국’에만 오면 변질이 되듯이 WCC 역시 여러 논란거리를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 예로 예장 고려총회 측에서 일간지에 개재한 성명서의 내용을 보면 왜 한국교회에서 논쟁이 일어나는지 잘 알 수 있다. 예장 고려총회는 WCC한국(부산)총회개최반대투쟁위원회를 결성하여 고려신학교 교장 석원태 목사를 위원장으로 하여 활동하고 있으며, 고려총회는 지난 9월 WCC총회를 사탄적 재앙으로 규정하면서 강력히 반대하고 투쟁 할 것을 결의한 바 있다.

WCC한국총회개최 반대투쟁위원회는 투쟁 사유에 대해 ▲종교다원주의 ▲인본주의 성경관 ▲세속적 구원론 ▲종교 혼합주의 ▲ 선교 무용론 ▲기독교 이름의 정치 단체 등을 들었다. 그리고 위원회는 “진리를 사랑하고, WCC의 모든 어둠의 불의들에서 주님의 교회를 지키기를 원하는 한국의 모든 보수교단들은 이 일에 공동으로 제휴할 것을 제의 한다”고 밝혔다. 사실 한국의 보수교단들이 반발 하는 데에는 그 이유가 충분히 있다.

지난 1959년 가을의 그 아픈 기억을 반추해 보면 그 해답은 더 명확해진다. 그해의 분열은, 세계교회의 역사로 치자면 1054년 동-서 교회의 분열에 비견할 만한 충격과 영향을 한국 교회에 남긴 참으로 큰 상처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1959년 WCC 회원 교회로 가입하는 문제 때문에 통합 측과 분열을 겪으면서 많은 아픔과 상처를 남겼다.

1959년 제44회 총회에서 통합측이 분열해 나갈 당시 합동 측에서「대한예수교 장로회 총회 정책」을 발표했다(대한예수교 장로회 총회,「제44회 총회록」(1959), 438-439). 더 나아가「대한예수교 장로회 총회 정책」에서 ‘WCC와 그 노선의 에큐메니컬 운동은 우리 교회의 거룩함과, 또 그리스도와의 합일의 속성을 저해함을 확인하였음으로 대한 예수교 장로회는 이에 WCC에서 항구히 탈퇴하고 그 에큐메니컬 운동에 관계치 않기로 함을 선언 한다‘라고 못 박아 놓았다.

그러나 오늘날은 교파를 초월한 교회연합운동이 확산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세계교회 일치운동을 WCC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WCC는 한국교회의 ‘뜨거운 감자’다. 세계 복음주의 교회 진영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성향은 문제가 있더라도 어렵게 유치한 총회를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건 한국교회의 세계적 위상으로 볼 때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는 ‘선교대국’이다.

성장속도도 빠르고 또한 선교사들의 값진 희생이 있어 오늘날의 교회를 일구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한국교회가 세계적인 행사를 무조건 반대만 한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임에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WCC 총회를 한국에 유치한 것은 시기적으로나 정서상으로 볼 때 이른 감이 있지 않았나 하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힘들게 한국 유치를 이뤄냈다면 오히려 WCC의 신학을 재정립하는 계기로 한국 총회를 활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WCC는 세계 기독교인을 대표하는 ‘기독교의 유엔’과 같은 단체다. 7년마다 열리는 총회는 110개국 350여 기독교회 대표 및 기자, 참관인을 포함해 외국인 4천명 이상이 모이는 기독교 최대 행사이며 전 세계 5억6천만 기독교인들을 대표하는 초교파적 교회협의체다.

2013년 부산 총회는 종교적으로는 물론 외교적으로도 국위선양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한국 교회가 할 일 있다. 그동안 개혁주의신학 노선을 견지해 왔던 교단들은 이번 기회에 신학 노선을 점검하고 이를 더욱 견고하게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제는 WCC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한국 총회를 통해 한국의 보수와 진보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WCC 신학과 활동을 분석하고 검토하여 대안을 내놓을 수 있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한국 교회가 안팎으로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내적으로는 혼합주의, 세속화, 상황윤리의 거센 파도 앞에서 교회가 교회다움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외적으로는 교회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인한 영향력 약화를 회복해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WCC 찬반 논란보다 훨씬 중요하고 시급한 한국 교회의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