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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 오스틴 마펫 선교사(S. A. Moffet 1864-1939)
2010년 10월 01일 (금) 06:12:40 한기총신문 webmaster@ccnkorea.com
   

사무엘 오스틴 마펫 선교사는 남가주 몬로비아 시의 한 주택 차고에서 1939년 숨을 거뒀다. 그나마 지인의 배려로 집 차고를 개조해 말년의 삶을 의탁했던 것이다. 오늘날 선교사 파송 세계 2위에 이른 복음의 강국 한국. 그 곳에 믿음의 씨를 뿌리고 자생의 뿌리를 내리는데 결정적으로 공헌한 위대한 선교사. 한국의 교회사를 이야기 할 때면 첫 장에서 마주칠 만큼 커다란 선교의 거목이 보낸 마지막 여정으로는 너무 쓸쓸한 길이었다.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한국 생각만 했어요. 일본의 압제로 고통당하는 한국 사람들을 위해 밤낮으로 기도하셨죠. 그리고 반드시 한국으로 돌아가 그 곳에 묻히겠다는 게 아버지의 마지막 소망이었습니다.” 산타바바라 인근에 생존해 있는 넷째 아들 하워드 마펫 박사는 눈시울을 붉히며 아버지의 유언을 전했었다.

마펫은 1864년 1월 25일 미국 인디애나 주 메디슨에서 태어나, 1884년 하노버 대학(Hanover College)을 졸업하고, 맥코믹 신학교에 입학하여 1888년에 졸업하고, 다음 해에 한국 선교사로 임명되어 1890년 1월 25일 한국에 입국했다. 마펫은 한국에 오자 한국말을 열심히 배우는 한편 나름대로 전도 방법을 연구하였다. 우선 언더우드를 만나 한국의 정세에 대해서 자세한 정보를 들었다. 한국 선교가 어렵다는 말은 미국에서도 많이 들어왔으나 막상 현지에 와보니 그야말로 태산을 넘고 험국을 가야하는 일대 모험이었다.

오랜 유교의 전통에 젖어 사신과 미신을 섬기며 하나님과 멀리 떨어진 생활 습성이 몸에 밴 한국 땅에서 낯선 외국인으로서 복음의 씨를 뿌린다는 것은 하나님께 온전히 목숨을 바치기로 각오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었다. 1891년 마펫은 게일과 함께 북부 지방 순회 전도 여행을 떠났다. 서상륜을 길라잡이로 평양, 의주를 방문했다. 마펫이 의주에 도착했을 때, 벌판에 황금 물결을 이루어 추수를 기다리고 있는 벼는 전도자의 마음을 유쾌하게 해주었다고 한다. 마펫은 의주에 12일 동안 체류하면서 복음을 전했다. 의주 사람들은 선교사 한 사람이 와서 상주해 주기를 갈망했다. 그곳에서 2주일을 지켰는데 마지막 주일에는 10명의 세례 받은 사람들에게 성찬식을 거행했다. 마펫은 강계를 거쳐 압록강을 건너 만주, 북간도와 회령, 함흥, 원산 등지를 거쳐 서울로 돌아왔다. 당시 서울을 중심으로 3남 지방은 여러 교파에서 선교를 하고 있었으나 평양을 중심으로 한 평안도 일대는 방치되어 있었다. 마펫은 평양으로 가서 개척 전도할 결심을 하고 한국에 온 지 3년만에 평양으로 갔다. 이때 마펫의 나이 29세였다.

평양, 노방 전도에서 그는 평양에 도착하여 곧 가두에 나섰다. 거리를 누비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예수를 믿고 구원받아야한다고 서투른 한국말로 외치며 돌아다녔다. “오, 여러분! 예수 믿으십시오! 예수 믿고 구원 받으십시오!” 사람들은 머리칼이 노랗고 눈알이 파아란 마펫을 호기심에 찬 눈으로 바라볼 뿐, 그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고 누구 하나 정답게 대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를 조롱하고 비웃는가 하면 심지어는 손찌검까지 하는 사람도 있었다.
“양코배기! 평양에는 왜 왔어? 냉큼 돌아가!” 마펫이 거리에 나서면 으레 이런 야유를 받았다. “오, 여러분, 예수 믿으십시오.” “아니, 무엇이 어쩌고 어째? 야소(耶蘇) 믿고 구원 받아?” “그렇습니다. 예수 안 믿으면 천당에 못 갑니다.” 마펫은 손짓발짓을 해가며 말했다. “흥, 허튼 소리 말라우!” 마펫을 에워싼 한 패거리가 이렇게 시비를 걸더니 급기야는 주먹이 날아왔다. “에잇, 싸앙!” “으윽...!” 마펫은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길가에 쓰러진 채 의식을 잃고 말았다.
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마펫을 흔들어 깨웠다. “여보시오, 정신을 차리시오.” 마펫은 귓가에 아련히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이 들어서 눈을 뜨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에게 가까이 가서 흔들어 깨운 사람은 만주에서 로스(John Ross) 목사에게서 세례를 받고, 한국어 성경을 번역하여 가지고 다니면서 복음을 전하는 백홍준 장로였다.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이요?”하고 백홍준이 물었다. “나는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 마펫입니다.” “나는 백홍준이라는 사람입니다.” “오! 백홍준 선생...” 낯선 평양 거리에서 백홍준을 만난 마펫은 10년지기라도 만난듯이 반가웠다. 서로가 이름만 들어서 알고 있던 터인데도 이렇게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만나게 되니 하나님의 뜻인 것만 같아서 마펫은 새삼 감사함을 금치 못했다.

또한 백홍준은 백홍준대로 이런 곳에서 마펫 선교사를 만날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마펫 목사님, 우리 집으로 가십시다.” 마펫은 백홍준을 따라 그의 집으로 갔다. 두 사람은 앞으로의 전도 계획을 의논했다. 이들은 먼저 신앙 동지를 모으기로 의견을 모았다. “먼저 김성집 교우를 추천합니다.” “네? 김성집 교우?” “그렇습니다. 김성집 교우는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대동강 쑥섬에서 토마스 목사의 순교를 목격했던 사람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누구의 전도를 받고 예수 믿기 시작했습니까?” “누구한테 전도를 받은 것이 아닙니다.” “아니 뭐라구요?” 마펫은 의아한 눈으로 백홍준을 바라보았다. “토마스 선교사가 대동강 쑥섬에 뿌리고 간 쪽복음을 혼자 읽고 또 읽는 동안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예수를 믿게 된 사람입니다.” “오, 그게 사실입니까?” 마펫은 감동하여 외쳤다.“예,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자세한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십시오.”백홍준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김성집이 예수 믿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당시 12살 난 김성집은 같은 또래의 동무 최치량, 서경조와 같이 대동강가에서 물장난을 하며 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쑥섬에서 사람들이 와글와글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죽여라! 죽여라!” 무슨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모양이었다.“얘, 무슨 일일까?”

김성집이 고개를 갸웃하고 물었다. “글쎄...?” 서경조도 알 수 없다는 듯이 시끄럽게 떠들며 소리치는 쪽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와글거리며 쑥섬쪽으로 가고 있었다. 김성집 등 세 소년은 영문도 모르고 쑥섬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선 뜻밖에도 서양 사람이 조선 관군의 손에 막 참형을 당하려는 참이었다.
“얘, 왜 서양사람들을 저렇게 죽이고 있지?” 김성집은 무서움에 떨면서 물었다.
“글쎄 말이야.” 서경조도 사람 죽이는 참혹한 광경을 처음 보는지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이 무서워!” 김성집이 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예수, 예수를 믿으시오, 예수를....”
토마스 목사는 칼을 높이 쳐든 관군(박춘권)에게 성경을 받으라고 내밀었다. 그러나 칼을 부르쥔 군인은 성경을 받지 않았다. 그 군인은 토마스 목사의 목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으윽, 예수, 예수...” 토마스 목사의 순교 장면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사람들이 흩어져간 그 황막한 자리에서 김성집, 서경조, 최치량 세 소년은 토마스 목사가 두고 간 그 성경을 주워들고 돌아왔다. 그로부터 27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 그랬군요. 한시바삐 김성집 교우를 만나보고 싶습니다.” 평양의 에벤에셀 하나님 마펫은 백홍준의 이야기를 듣고, 김성집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그럼 있다가 밤이 깊은 후에 찾아가기로 합시다.”
“밤에요?” 마펫은 어두운 밤에 찾아가자는 백홍준의 말에 눈이 둥그래져서 되물었다.
“예, 김성집 형제의 부친께서는 예수를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의 부친께서 잠이 든 뒤에 찾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렇게 합시다.”

마펫 선교사와 백홍준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의논하며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렸다가 김성집의 집을 찾아갔다.
“이 집이 바로 김성집 형제의 집입니다.” 백홍준이 걸음을 멈추고 말을 꺼냈다.
“김성집 교우님! 김성집 교우님!”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백홍준이 대문을 흔들면서 좀더 크게 불렀다. 그러자 안에서 인기척이 났다.
“김성집 교우님.” 백홍준이 대문께로 걸어나오는 소리를 듣고 나직이 불렀다.
“게 누구시오?” “나 백홍준이올시다.” 김성집은 백홍준이라는 말에 얼른 대문을 열었다.
“이 밤중에 웬일이십니까?” 하고 의아한 듯이 물었다.
“그간 별고 없으십니까?” “자, 어서 들어오십시오.”
“마펫 선교사님이 함께 오셨습니다.” 백홍준이 마펫을 소개했다.
“서울에 와 계시던 마펫 선교사님이십니다.”
“김성집입니다.” “김성집 형제님, 반갑습니다.”

마펫은 이렇게 믿음직스러운 신앙 동지를 만나게 되어 흐뭇했다. 김성집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밤 그들 일행은 대동강에서 토마스 목사가 던져주고 간 성경책을 함께 주워들고 온 최치량을 찾아갔다. 최치량은 백홍준으로부터 마펫 선교사를 소개 받았다. 두 사람은 손을 굳게 잡고 감격했다. “이제 우리 함께 이곳 평양에 복음을 전합시다.” 백홍준이 다짐하듯 말했다. “형님, 잘 알겠습니다.” 최치량은 굳은 결심을 보였다. 그들 일행은 대동강 쑥섬에서 김성집, 최치량과 함께 토마스 목사의 쪽복음을 주워 온 서경조를 찾아나섰다. “인사를 하시죠. 이분은 마펫 선교사이십니다.” “그리고 이분은 서경조 형제입니다. 서상륜 장로님의 아우입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서경조 형제님!” 예배당 건축을 하면서 낯선 땅에 와서 뜻밖에 신앙 동지를 만난 마펫은 큰 용기를 얻었다. 마펫 목사는 백홍준, 김성집, 최치량, 서경조 등의 신앙 동지들을 만나 본격적인 선교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불과 몇달 후에는 22명의 신도에게 학습을 주고 전부터 믿어오던 7명에게는 세례를 주었다. 마펫은 교회당을 짓기로 하고 몇몇 동지를 한 자리에 모아놓고 이렇게 역설했다. “우리에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하나님의 몸된 교회당을 세우는 일입니다...” 그 당시에 예배당을 짓는다는 것은 건축비도 그렇거니와 이에 따르는 큰 박해와 고난을 각오해야만 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제의에 반대하지 않았다. 이리하여 마펫은 장댓재교회 건축 준부 위원회를 조직하였다. 이들은 교회당을 세우는 데 따르는 어떠한 박해와 수고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다짐하였다. 하루는 어느 성도의 집에서 예배가 끝난 다음 김성집 성도가 믿음의 식구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예배당 건축의 필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여러분, 우리는 예배당을 짓기를 얼마나 갈망해 왔습니까? 그리고 나는 예배당의 필요성을 뼈아프게 느껴왔습니다. 이것은 아마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제야 마펫 목사님이 앞장서 주셔서 예배당을 짓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이 거룩한 하나님의 사업에 힘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김성집이 말을 마치자 교우들은 일제히 박수로 호응했다.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어갔다. 그리하여 평양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댓재에 예배당 주춧돌이 놓이고 기둥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교인들의 가정집 대청마루나 안방이나 사랑방을 전전하면서 예배를 드리고, 심지어는 야외의 우거진 나무 그늘까지 주님의 임시 성전으로 이용해 오던 교인들은 하루 속히 낙성을 보아 헌당 예배를 드리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호사마다였다. 나라는 이미 국운이 기울기 시작하여 관가의 손길이 신앙 문제에까지 미치지 못하여 탄압은 누그러졌으나 주위 사람들의 눈총과 훼방은 여전하였다.

“저게 바로 양귀신의 사당이라더군요.” “나라꼴이 어수선하니 별 놈의 구경을 다하는군.”
사람들은 이렇게 수군거렸다. 더구나 당시에 평양 뒷골목을 휩쓸고 다니던 불량배들에게는 좋은 트집거리가 생긴 셈이었다. 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 패거리가 떼를 지어 왁자지껄 떠들면서 장댓재에 우루루 몰려와서 시비를 걸어댔다.

“야, 이거 뭐야? 돈이 썩어나서 하필 양귀신 떠받드는 예배당 짓는 거이가?”
이기풍이라는 건달패 두목이 이렇게 한 마디 쏘아붙였다. “잘들 논다...”
옆에 섰던 자가 어깨를 으쓱 올리면서 튕기는 말이었다. 건축 현장에는 마펫 목사와 여러 교인들이 있었다. “목사님, 저 놈은 이기풍이라는 불량배 두목입니다.”
김성집이 걱정스러운 듯이 마펫 목사에게 귀띔을 했다. 무엇보다도 마펫에게 혹시 행패라도 부릴까봐 염려가 되었던 것이다.

“오, 모른 체하고 내버려 두십시오.” 자기네 기세에 금세 풀이 죽어 쩔쩔맬 줄 알았던 불량배들은 의외로 너무나 침착하고 의젓한 마펫의 태도에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르는 모양이었다. “야! 이 새끼 뭐이 어드래?”

두목 이기풍이 노려보면서 시비를 걸었다. 주위의 공기는 자못 험악해졌다. 인부들은 한 사람, 두 사람 일손을 멈추고 마펫과 저들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마펫이 교인들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저 사람들을 상대하여 시비하지 마십시오...” “이 새끼 뭐이 어드래?”

이기풍은 말을 맺기가 무섭게 날쌘 발길로 마펫 목사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그러자 마펫은 “억!”하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그 자리에 푹 쓰러졌다.
“아니, 너희들은 하늘이 무섭지 않으냐? 여기 어딘줄 알고 이따위 행패를 부리는 거야!”
교인 한 사람이 분통이 터져 악을 썼다. “뭣들 하는 거야, 어서 저 기둥을 뽑아버려!”

이기풍이 패거리들을 향해 소리쳤다. 불량배들은“와!”하고 몰려들어 기둥을 마구 뽑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성집이 팔을 걷어 붙이고 이를 가로 막았다. 성도들은 기다렸다는듯이 일제히 불한당들에게 달려들었다. 완력으로 말하면 저들과 상대도 되지 않지만, 벌떼처럼 덤벼드는 성도들의 반격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이윽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도들의 공세에 뒷걸음질치더니 슬슬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다. 이날의 한판 승부는 성도들의 승리로 끝났다. 그 뒤로 이기풍 일당은 간혹 나타나 으름장을 놓았으나 이렇다할 말썽이나 난동을 부리지 못했다. 그리하여 예배당 건축은 무난히 준공을 보게 되었다. 그 후로 마펫 목사를 중심으로 제직들과 신도들이 합심하여 전도에 힘쓴 결과 날로 교인이 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삼일 예배를 인도하기 위해 마펫 목사가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가파른 장댓재 마루턱을 숨차게 올라가고 있을 때였다. 난데없이 사나이의 목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려왔다.

“오, 너 이제야 오는구나!” “누구시오?” “나, 이기풍이다.”
마펫에게 앙심을 품고 복수의 기회를 노리고 있던 이기풍이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불쑥 나타난 것이다.
“무슨 일입니까?” “무에 어드래? 무슨 용건으로 너를 기다렸느냐구?”
“그렇소...” “닥쳐! 이 양코배기야!”
마펫 목사가 말을 맺기도 전에, 그는 날쌔게 마펫의 턱을 한 대 후려쳤다. 마펫은 손을 앞으로 휘저으며 나지막한 소리로 타일렀다.

“오, 이러지 마시오.” “이 새끼, 뭐이 어쩌고 어째?”
이기풍은 마펫의 멱살을 잡고 다시 일격을 가했다. “으윽!”
이기풍은 굶주린 늑대처럼 숨을 헐떡이면서 씹어뱉듯 말했다.
“내, 너를 죽이려고 잔뜩 벼르고 있었다!”
이기풍은 어둠 속을 두리번거리다가 돌덩이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소리쳤다.
“야, 이 새끼야.” 그는 돌덩이를 집어든 손을 번쩍 치켜올렸다.
“오, 이기풍 선생!” “에잇!” “으윽!”
마펫은 이기풍이 내려친 돌덩이에 턱을 정통으로 맞고 피투성이가 되어 길에 쓰러졌다.
이기풍은 그래도 직성이 풀리지 않는지 마펫의 등에다 대고 한바탕 욕바가지를 퍼부었다.
“흥, 건방진 것들이 평양에서 이기풍이를 몰라보고...”

이기풍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한편 교회에서는 이미 시간이 지났는데도 마펫 목사가 나타나지않아 불안한 생각이 들어 김성집과 몇몇 교인들이 허겁지겁 뛰어나와 마펫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이 길가에 쓰러져있는 마펫을 발견하고“목사님, 목사님!”부르면서 부둥켜 안았다.
“목사님, 이게 웬일입니까?” “목사님, 정신차리십시오!”
김성집이 마펫의 어깨를 잡아 흔들면서 소리쳤다.
“초종, 재종이 올리고, 예배 시간이 지나도 목사님이 보이지 않기에 웬일인가 하고 밖으로 찾아 나섰는데, 여기 이렇게 쓰러져 계시다니, 이게 대관절 어찌된 일입니까? 목사님...”
“으으음... 나, 아무렇지도 않아요!”
마펫은 이제 정신이 드는 모양이었다.“목사님, 누가 목사님을 이지경으로 만들었습니까? 네? 목사님!”
교인들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마펫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 말했으나 여전히 신음 소리만 내뱉고 있었다.

“나, 괜찮아요.” 이윽고 마펫은 눈을 떴다. 그때 교인 한 사람이 항의하듯이 물었다.
“목사님, 누가 목사님을 이렇게 했는지 그 놈을 대시오!” 마펫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악을 악으로 갚으면 안됩니다! 그러면 우리 주님이 기뻐하지 않으십니다.”
마펫은 오히려 침착한 어조로 흥분하고 있는 교인들을 달랬다. 그러자 김성집도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 “그렇지만, 목사님, 너무하지 않습니까?”
마펫은 김성집의 말을 가로막았다. “참으시오, 참고 돌아들 갑시다!”
마펫 선교사는 이기풍에게 당한 봉변에 대해서 끝까지 침묵했다고 한다.

1890년대로 접어들면서 기독교 탄압은 다소 누그러졌고, 평양 일대의 선교 사업에 대한 감시도 누그러지는가 싶더니,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관가에서는 다시 기독교를 탄압하기 시작했고 교회들은 다시 불안에 떨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김성집이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들어왔다.
“목사님 큰일 났어요. 한석진이 평양감사에게 잡혀 갔어요.” “옛! 뭐라구요?”
“목사님, 이 일을 어쩌면 좋습니까?” 김성집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끌려간 한석진은 평양감영 대뜰에서 모진 매를 맞고 있었다. 이 재판정에는 평양감사 민병석을 중심으로 관원들이 죽 늘어서고, 나졸들이 오랏줄에 묶인 한석진을 형틀 위에 앉혀놓고 고문을 하고 있었다.

“이놈 듣거라, 그래 양귀신을 섬기는 패거리들은 몇이나 되고 두목은 누구냐?”
감사의 고문에 한석진은 끝까지 입을 봉하고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놈! 누구 앞인데 감히 뻗대느냐?” “여봐라! 저놈을 세게 쳐라!” “으악!”

한석진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평양감사 민병석은 한석진의 높은 지조와 절개에 대해 큰 증오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은근히 감탄과 두려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대체 예수가 뭐길래 저렇게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는 것일까? 그야말로 양귀신에게 씌워진 탓일까? 아니면 인간이 우직한 때문일까? 민병석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한편 마펫 목사는 한석진의 소식을 듣고 곧장 평양감영으로 달려갔다. 영문을 지키는 나졸들이 미처 저지할 겨를도 주지 않고 영내로 뛰어든 마펫은 뜰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이게 무슨 짓...” 마펫이 채 말을 맺기도 전에, “무엇들 하느냐?” 감사 민병석의 입에서 불호령이 떨어지자 나졸들이 몰려와 마펫을 영문 밖으로 끌어냈다.마펫은 그 길로 말을 몰아 서울로 향했다. 국왕 고종에게 호소하여 한석진을 한시바삐 구출해내기 위해서였다. 당시에 고종 임금은 이미 기독교를 서학이라 하여 선교 활동을 허가하고 있었다. 서울에 도착한 마펫은 언더우드와 함께 입궐하여 고종에게 평양 감사 민병석의 행패에 대해 상세히 보고하고 고종으로부터 친서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친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쓰여 있었다. “과인이 이미 선교를 윤허했는데, 이제 새삼 서학징토를 하니 어불성설이라, 즉각 관계인을 석방코...”마펫이 서울까지 달려가 고종의 친서를 받아온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던 감사 민병석은 마펫이 내민 친서를 보고 깜짝 놀라면서 마지못해 한석진을 풀어놓았다. 마펫은 서북 지역 선교의 개척자로서 특히 평양을 한국의 예루살렘으로 변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마펫의 눈물은 마펫 선교사가 1891년 어느 날 대동강변 어느 마을을 지나는 길에 주막집에 앉아 쉬다가 주막집 벽지에 시선이 멎었다. 자세하게 벽지를 들여다 보니 그 벽지는 한문 성경이었다. 마펫은 주인을 불러 이 벽지를 어디서 구입한 것인지를 물었다. 주막집 주인의 집에서 벽지에 대한 내력이 흘러나왔다. 한 24~25년 전, 대동강에 양선이 들어왔는데, 그 배가 거친 행동을 하다가 필경에는 불타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배에 타고 있던 서양 사람 하나가 커다란 책을 두어 권 가지고 물 속에 뛰어들었는데 흥분한 평양 도성 사람들과 군인에게 붙잡혀 참수를 당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서양 사람이 목이 베이면서도 그 책을 칼로 치는 사람에게 건네 주었다는 것이다. 마펫은 벌떡 일어나 외쳤다. 벽지 살 돈을 줄 터이니 저 벽지를 뜯어서 나에게 팔 수 없느냐고 물었다. 주막집 주인이 그의 청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렇게 해서 마펫은 우리나라 최초의 순교자 토마스 목사가 주었던 성경 벽지를 건네 받고 그것을 가슴에 안고 한없이 울었다고 한다. 이때에 그가 흘렸던 뜨거운 눈물은 마펫이 일으켜 놓은 평양의 기적과 결코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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